아버지는 시계를 보았다. 밤 10시 30분. 농어 잡이는
내일부터 허용되었고
지금은 농어 이외의 고기만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.
그러니까 농어는 1시간 30분 후부터 잡을 수 있었다.
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호수엔 낚시꾼도 배도 없었다.
"얘야, 그 농어는 풀어 주고 우리 다른 것을 잡도록 하자구나."
"안돼요 아버지, 이렇게 큰 물고기를 잡은 건 처음이예요"
펄떡이는 농어를 내려다보는 아들의 얼굴은 울상이었다.
아버지의 단호한 결정에 아들은 농어를 놓아주었다.
세월이 흐른 뒤.. 아들이 자라서 중년의 나이가 되어
사업가로 크게 성공하였다.
2.아버지의 위상 /속임수
한 아버지가 여섯 살 짜리 아이를 옆자리에 태우고 가다
그만 신호위반으로 교통경찰에게 걸리고 말았다.
아버지는 차를 세우고 운전면허증과
그 밑에 만원 짜리 몇 장을 살짝 감추어 건네 주었다.
그러자 경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례를 붙이며
그냥 보내 주는 것이었다.
아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.
"괜찮다,얘야. 다들 그렇게 한단다"
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하루는 아이의 삼촌이 찾아와서
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지를
아버지와 함께 의논하고 돌아갔다.
옆에서 의아해 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말했다.
"괜찮아, 세금 제대로 다 내다간 남는 게 없어. 다들 그렇게 해"
아이가, 중학생이 되었다.
방학을 맞이해 과일가게에서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.
주인 아저씨는 싱싱한 과일은 잘 보이게 해 놓고
오래된 과일은 뒤에 감춰 두었다가 팔 때
끼워 파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.
"괜찮아.
다들 그렇게 해서 과일을 판단다"
아이가 어른이 되었다.
그리고 회사에 취직을 했으나
큰 횡령사건을 저지르고 그만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다.
면회를 온 아버지는 그래도 푸념하기를
"아이고 이놈아 넌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!
너는 가르치지도 않은 짓을 했느냔 말이다"
"괜찮아요 아버지, 다들 그렇게 해요.
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뿐이예요."